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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미국이 중국 ‘대토벌’ 나섰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국엔 ‘전략적 기회’가 된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약화해 중국으로선 숨 쉴 공간을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과연 그런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지 4개월 가까이 되지만 미국의 압력이 줄긴커녕 ‘대토벌’에 나선 듯 ‘종합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는 중국 싱크탱크의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지난달 말 중국인민대학 중양금융연구원 주최의 ‘중·미 포럼’에서 발표된 연구 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는 당초 경제무역에서 시작한 미국의 대중 압박이 이젠 이데올로기 요소를 가미하며 말로는 ‘종합 위협’, 실제론 ‘대토벌’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5대 부문에서 전략 경쟁을 펼치고 있다. 첫 번째로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무역 그룹’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두 번째는 금융을 통한 중국기업 때리기로 미국에 상장된 중국개념주 250여 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8개가 6차례에 걸쳐 상장폐지 임시명단에 올랐다. 세 번째는 이데올로기 분야로 자유와 인권· 민주 등 가치관 외교를 내세워 중국을 무차별 공격 중이다. 네 번째는 살라미 전술로 대만 문제에서 중국을 도발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군사 과학 기술 영역에서 철저한 중국 봉쇄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앞으로 미·중 간엔 세 가지 힘겨루기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는 고강도 힘겨루기로 미·중이 전면적인 군사대결로 나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강도 힘겨루기로 각종 디커플링이 발생한다. 과학기술과 경제 영역은 물론 인문교류까지 중단되는 상황이 다. 세 번째는 저강도 힘겨루기로 미국이 ‘중국 위협론’을 내세우며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결국 미·중 관계는 단시간 내 개선될 리 없다. 중국으로선 ‘미·중 관계 긴장 상태’라는 양국의 뉴노멀에 적응하며 무역과 금융 등 각 분야에서 중국 중심의 질서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요 골자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중 관계 흐름을 분석하고 있으나 중국 자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미·중 관계 악화 분석에 있어 시진핑 체제가 갖는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는 점이다.     중국은 늘 미국이 산적한 국내 문제를 가리기 위해 또는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현 권위주의 체제가 보여주는 문제점이 미국에서 당파를 초월한 중국 억제 정책을 낳고 있는 점은 설명하지 못한다.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보니 대책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그 결과는 미·중 갈등의 계속일 것이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J네트워크 미국 중국 태평양 경제무역 우크라이나 사태 연구 보고서

2022-06-13

[J네트워크]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짜 전선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세 차례 다뤘다. 세 번째 칼럼에선 희망 섞인 5차 협상 결과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전쟁이 쉬 끝날 것 같진 않다’고 썼다. 당시 전황이 러시아가 개전 당시 목표한 것에 턱없이 못 미친 데다 푸틴으로선 어떠한 군사적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본때를 보여야 할 ‘새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5주 사이 푸틴이 목표했을 그 질서는 더 흐트러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방에서 맥없이 퇴각한 데 이어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도 힘을 못 쓰고 있다. 반면 서방에서 지원받은 미사일·탱크 등 첨단 무기 덕에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거듭할수록 강해지고 있다. 러시아 북쪽 국경에선 중립국 핀란드·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는 더 촘촘하게, 더 강력하게 러시아 포위에 나서고 있다.     푸틴은 오는 9일 전승기념일에도 전쟁을 마무리 못 할 가능성이 크다. 이젠 러시아가 끝내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방이 끝장을 볼 작정이라서다. 푸틴 정권을 대척점에 놓는 ‘진짜 싸움’에서 말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러시아의 공격에 굴복하는 것이 더 큰 손해가 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330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민주주의와 독재 정권 사이의 최전선이다.”     다른 서방 지도자들도 일관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우리 모두에게 전략적 의무”(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 등이다. 이제 서방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승리이며 전쟁은 더 본질적 싸움의 일부일 뿐이란 얘기다.   미국의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프랑스가 물가 불안에 휘청하지만, 서방은 제재 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전선에서 물러서지 않기로 작심한 것 같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이렇게 일갈했다. “이번 전쟁은 자유·인권·법치·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지키려는 이들과 아닌 이들 간의 싸움이다.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푸틴의 침공은 실패로 돌아가야만 한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이 가치의 연대에 누가 어떻게 함께 하느냐가 선명해질 것이다. ‘가치의 질서’를 둘러싼 힘겨루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짜 전선은 돈바스에 있지 않다. 강혜란 / 한국 중앙일보 국제팀장J네트워크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지원 우크라이나 사태 대러시아 제재

2022-05-08

원·달러 환율 1240원 돌파…하루새 10.3원 급등

원·달러 환율이 1240원대를 넘어섰다.   한국시간으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0.3원 오른 달러당 1242.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장보다 5.0원 오른 1237.0원에 출발, 오후 들어 상승 폭을 키우며 지난 8일 기록한 연고점(1238.7원)을 엿새 만에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이 124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2020년 5월 25일(1244.2원) 이후 약 1년 10개월(659일) 만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1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던 지난해 3월 100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런 가파른 달러 상승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서방국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뉴욕증시가 하락하는 등 지난 주말 있었던 일들이 장 개시 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그에 따른 유가 상승이 현재 환율에 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하루새 환율 현재 환율 안전자산 선호 우크라이나 사태

2022-03-14

우크라 한인 돕기 30여개 단체 참여

우크라이나에 있는 한국계 후손들을 돕기 위한 범 한인 커뮤니티 차원의 구호기금 모금이 시작됐다.     8일 LA한인회(회장 제임스 안)는 30여 한인 단체들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모여 현지에 있는 한국계 후손 고려인들을 지원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단체들은 화랑청소년재단, LA평통, 가주한미식품상총연합회 및 LA지부, KYCC, 광복회 미국서남부지회, 미주삼일절여성동지회, 남가주사진작가협회, 미주예술원, 성삼한인성당, 남가주한인기독교교회협의회, 파바월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LA지부, 미주한의사협회, 서울메디컬그룹, LA축구협회 등 사회 및 종교기관들과 커뮤니티 봉사·친목 단체들까지 아울렸다.   이들은 캠페인을 통해 모인 구호기금을 현지에 보내 남아있는 고려인 후손 가족들이 생활용품이나 의료용품을 살 수 있도록 돕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제임스 안 회장은 “기금 모금은 일단 수표나 현재 구축 중인 웹사이트(www.ukrainepeople.com)를 통해 받을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한인회가 은행 계좌를 따로 개설해 기금을 관리하고 기부자 명단과 기금 액수도 투명하게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회장은 이어 “기금모금 캠페인은 약 2개월 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물품 지원은 보낼 수 있는 길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살 수 있는 블랙마켓이 있다고 들어서 후원금 전달로 간접 지원은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호기금 모금에 참여한 단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메디칼그룹(회장 차민영)은 이날 가장 먼저 LA한인회에 3000달러를 전달했다. 가주식품상총연합회(이사장 김중칠)와커뮤니티 봉사단체인 포에버100(회장 정병철)도 이날 회의가 끝난 후 회원들이 모금한 기금 2000달러를 각각 LA한인회에 전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인 장미란씨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조부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겪으신 어려움을 떠올렸다”며 후원금을 약속했다.   화랑청소년재단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원하기 위해 현재 1만2000여 달러를 모금한 상태라고 밝혔다. 화랑재단은 이미 모금된 금액은 연락이 되는 국립세무대학에 기금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화랑청소년재단의 박윤숙 총재는 “6·25 전쟁을 겪은 경험자로서 책을 들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간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아프다. 한인들이 힘을 합친다면 고려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울먹이며 지원을 호소했다.     광복회미서남부지회 박영남 고문은 “나처럼 한국전쟁을 경험한 1세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인 커뮤니티가 좋은 활동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우리도 열심히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연화 기자우크라 한인 우크라이나 사태 기금모금 캠페인 구호기금 모금

2022-03-08

러, 키이우 외곽 공격 병력 집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2일째인 7일 양국은 세 번째 평화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치열한 교전을 이어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3차 협상에서 민간인의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에 재합의했지만, 근본적인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외교적 접촉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전선에서는 총성이 멈추지 않았다.   북부와 동북부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를 비롯해 체르니히우, 코노토프, 수미 등 주요 전략 요충지를 향한 러시아의 공세가 이날도 이어졌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주요 도시에 대한 포격을 늘리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러한 공격이 민간 목표물과 인프라, 주거 지역을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부 전선의 우크라이나군은 현재까지 주요 도시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으나, 러시아군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공격을 위해 서북부 방면에 병력을 집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르핀을 비롯해 호스토멜, 부차, 보르젤, 이르핀 등 키이우 북쪽 외곽의 소도시들을 향해 집중적인 공격을 퍼부었고 호스토멜에서는 주민들에게 구호물자를 나눠주던 시장 등 3명이 피격돼 숨졌다.   남부 전선에서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항구 도시 마리우폴이 여전히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세계 52개국에서 2만명이 넘는 입대희망자가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비교적 전선에서 먼 서부에서 외국 출신의 입대 희망자를 포함한 예비군 편성을 마치고 이들을 전선에 투입하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키이우 기차역 어린이 병원

2022-03-07

세계경제 ‘퍼펙트 스톰’ 먹구름…공급망 타격에 물가 뛰어

열흘을 넘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구촌 경제도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유발한 국제 공급망 교란이 러시아의 도발로 악화하면서 생계와 직결된 기름과 가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더 뛰고 있다.   미국의 긴축 정책과 중국의 급격한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동유럽에서 발생한 전쟁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우려를 키운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뒷걸음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걱정이 다시 커지고 있다. 물가와 환율, 금리가 모두 뛰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안 그래도 고공행진을 하는 국제 원자재 가격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면서 각국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작년 말 배럴당 70달러대였던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일 모두 100달러를 넘은 후 11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밀 선물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고, 유럽 시장의 천연가스 가격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2일 장중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폭등하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국내총생산·GDP 기준)은 1.7%로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 있지만 세계 3위 산유국인데다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 밀 수출의 29%를 차지한다. 니켈과 알루미늄 등 다른 원자재의 주요 공급국이기도 하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4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는 아직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지 않지만 유럽을 비롯한 세계적인 수급 우려는 커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세계 경제 성장률을 1%포인트 낮추고 물가는 올해 3%포인트, 내년 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각국의 물가가 뛰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진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 대비 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7.5% 올라 4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서는 치솟는 유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성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살아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의 마리오 센테노 위원은 유럽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중심의 물가 상승과 소비·투자 위축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경제 퍼펙트 퍼펙트 스톰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사태

2022-03-06

[투자의 경제학] 물가와 변수

현재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오는 16일에 있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정책 결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연준에서 금리를 0.5% 인상할 가능성은 줄어든 듯 하나 0.25% 인상은 증권가에서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리 인상의 이유는 과열된 경제와 이로 인해 일어나는 물가상승을 잡아보겠다는데 있다.     물가상승은 현재 굳이 경제 전문가나 지표를 찾아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격의 변동이 심한 에너지, 식료품 부문은 과거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단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소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너지(개솔린)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 연관된 모든 것이 오른 것처럼 느껴진다.     물가는 오르는데 내 월급만 제자리네 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임금도 1월 중 전년 대비 5.1% 상승해 2001년 이후로 최고치 상승 폭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승은 기업의 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기업 수익에 나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경제 지표로 아직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물가상승은 이미 소비자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추정된다.     근래에 와서 외식을 줄이고 마켓에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게 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짐작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전국비즈니스경제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 기업의 절반 이상이 금년에 제품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답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가가 급등하고 전 세계 곡물 거래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지역의 생산, 공급 장애로 농산물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게 보인다.     여기에 자동차 생산에 큰 지장을 주고 있는 반도체 부족 문제도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요소인 네온 가스의 전 세계 공급의 50% 정도가 우크라이나인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전쟁이 시작된 지금은 어떤 식으로 종결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 상황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인도적 차원은 당연하고 경제적으로도 모두에게 타격을 줄 것은 분명하게 보인다.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협상 과정을 관심있게 보고 있어야 한다.   ▶문의: (213)221-4090 김세주/ KadenceAdvisors, LLC투자의 경제학 물가 변수 우크라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사태

2022-03-02

러 “곧 수도 함락” 항복 압박…우크라군 결사 항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가하며 진군을 계속하고 있다. 수도 키예프가 수일 내로 함락될 수 있다는 예측과 함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사실상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CNN은 25일 정보당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수도 키예프가 나흘 내로 점령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평가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이날 셀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저항을 끝내고 무기를 내려놓으면 언제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군의 키예프 장악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의회 브리핑에서 국방 당국 관계자는 “러시아 군이 수도 키예프 20마일 이내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시 북쪽 지역에 있는 발전소 인근에서 3~5분 간격으로 다섯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며 “러시아군이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시내 모든 다리를 보호하고 특별 통제하고 있다. 시내 전략 시설에는 검문소를 설치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목격자들의 말을 통해 “키예프 부근에서 포성이 들리고 도시 서쪽 지역에서는 격렬한 총성이 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향해 밀고 들어오자 우크라이나군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키예프 대통령궁 앞에서 총리, 합참의장, 고위 보좌관 등과 함께 선 채 “모두가 여기에 있다. 군대도 시민도 여기에 있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표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언론에 우크라이나 전황을 전하면서 “러시아가 예상한 것보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더 크다고 평가한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지휘 및 통제는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황 발표는 차이가 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키예프 외곽 호스토멜 공항으로 공수부대를 성공적으로 침투시키는 작전을 수행했다”면서 “공항 장악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 200명 이상이 사살됐으며 러시아군 손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이날 “전투 과정에서 러시아 군인 2800명이 숨지고, 러시아군 탱크 80대와 장갑차량 516대, 전투기 10대, 헬기 7대도 파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의 협상 시도도 있었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5일 오후 “우크라이나 측이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협상하는 구상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뒤이어 회담장을 (폴란드) 바르샤바로 하자고 역제안을 한 뒤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니키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곧바로 “우리가 회담을 거부했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싶다”며 “우크라이나는 평화와 정전을 놓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이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화상 회의를 열었다. 유럽평의회는 이날 러시아를 회원국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러시아 침공 이후 자국 내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해 긴급회의를 요청한 바 있다. 장열 기자사설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출신

2022-02-25

[시론] 내우외환에 직면한 바이든 행정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했다. 안으로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로 대표되는 경제위기에다, 밖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터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경고를 비웃듯이 결국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했다. 지구촌은 이에 따라 2차대전 후 최악의 전쟁 공포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기전으로 끝날지, 아니면 장기화할지는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고물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움직임 등과 함께 미국 경제의 3대 악재라는 것이 주류 언론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최근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은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집권 2년차를 맞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위기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 해법 찾기만으로도 벅찬 게 현실이다. 그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미국재건계획’은 아직도 의회에서 표류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주력해도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도 상대해야 하면서, 전선이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확대됐다.     백악관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러시아가 침공 작전을 개시하자 즉각 경제 제재를 단행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워싱턴 행정부의 이 같은 행마와 관련, 미국 내에서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그만큼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기에는 국제정세,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과연 알렉산더 대왕처럼 묶인 매듭을 단 칼에 벨 수 있는 결단과 용기가 바이든에게 있을까? 아니면 위나라 사마위의 5로군 공격을 막아내는 제갈공명의 지혜가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다시 지구촌 리더로서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는 모양새다.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무질서한 철군으로 곤욕을 치른 트라우마가 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더 이상 외국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을 묵인하고 요구를 들어줄 경우 동맹국과의 신뢰 문제가 생긴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또한 중국의 도전은 한층 거세질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딜레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미국인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뿐만 아니다. 전통적 민주당 강세지역인 캘리포니아에서조차 불만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UC버클리 정부연구소의 최근 캘리포니아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7%를 기록, 불신율 48%보다 낮았다. 불과 7개월여만에 지지율은 12% 포인트 급락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더 처참하다. 응답자들의 38%만이 그녀를 지지했다. 민주당에서 새로운 정치 스타로 기대했던 해리스의 인기와 신뢰가 완전히 바닥권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67%)이 현재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모든 정파와 지역, 인종을 초월해 압도적이다.    다시 말해 현안들에 대해 정부 여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데 대한 정치적 불만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9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한 정치 전략 전문가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선 순위를 균형 있게 조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제 및 국내 무대에서 일종의 정치적 줄타기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갈수록 싸늘해지는 민심을 진정시킬 수 있을까? 바이든은 다음 한 수를 두기 위해 고심이 깊다. 일석이조의 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맞보기 수는 두어야 한다. 형세 판단을 해 볼 때 결코 만만치 않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시론 내우외환 행정부 워싱턴 행정부 우크라이나 사태 우크라이나 침공

2022-02-25

[독자 마당] 전쟁의 비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자세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서방 세계와 러시아와의 대립에서 비롯된 전쟁은 분명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두 국가간의 전쟁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 확장주의와 이에 맞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있다.     지구촌에 전쟁이 없어야 하는데 결국 다시 전쟁이 일어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첫날에만도 동부와 북부, 남부를 겨냥한 동시다발 공격으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군사 시설을 표적으로 해서 다수의 건물이 파괴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들의 희생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전쟁 세대다. 어릴 때 전쟁을 겪었다. 오래전 경험이라 또렷하지는 않지만 부모 세대의 피란 행렬은 생생히 기억한다. 또한 길거리에서 폭격 등으로 다친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어린 눈에도 끔찍하고 잔혹한 광경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 나라에 러시아 같은 큰 나라가 압도적인 무기를 앞세워 공격을 시작했다. 마치 아무런 준비 없이 6.25전쟁을 겪어야 했던 우리나라가 생각나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지구촌에 여러 국가가 존재하면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을 무력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전쟁으로 무고한 인명이 살상되는 것은 안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든 관련 국가들은 모두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크라니아가 겪는 고통이 가장 클 것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건물도 다시 세워야 하고 경제도 재건해야 한다. 우리가 6.25 이후 겪었던 과정이다.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인명이 숨지게 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전쟁은 막아야 한다. 우크라니아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원한다.  김학도·LA독자 마당 전쟁 비극 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 확장주의 유럽 국가들

2022-02-25

[우크라 침공] 尹 "종전선언, 평화보장 못해…강력한 억지력·힘 통한 평화"

[우크라 침공] 尹 "종전선언, 평화보장 못해…강력한 억지력·힘 통한 평화" "핵무기 보유 北 위기 틈타 대남도발 대비 美와 빈틈 없는 대비책 마련" 李 겨냥 "'지구 반대편 나라' 치부, 21세기 국제관계 이해 못한 것"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지구 반대편 나라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21세기 국제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상황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SNS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우리 정부가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윤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로 연결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이런 위기 상황을 틈타 대남 도발을 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과 빈틈 없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후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라면서 "국가 간 각서라는 것이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휴짓조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인류의 역사"라고 적었다. 그는 "1994년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라는 종이 각서 하나를 믿고 스스로 무장을 해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이 임박하자 이 각서를 근거로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며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신속히 나토(NATO)에 가입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이 없는 '비동맹' 국가의 외교적 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이번 사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안보는 냉혹한 현실이다. 대한민국도 냉정한 선택을 해야 한다"며 "말로만 외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결코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각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확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억지력만이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며 "저 윤석열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힘을 통한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북 핵·미사일 확장억제 등을 공약해온 윤 후보는 앞서서도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한반도 안보 상황과 연결시키며 "평화는 말이 아니라 강력한 힘을 통해 쟁취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minar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우크라 침공 종전선언 평화보장 종전선언 평화보장 평화핵무기 보유 우크라이나 사태

2022-02-24

[시론]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한 미사일 발사

북한의 2021년은 혹독했다. 2022년은 더할 수 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에 두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병력을 배치하며 미국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러시아 인접국에서 나토 활동 중지를 요구했다. 이를 단호히 거절한 미국은 러시아가 침공하면 강력히 보복하겠다고 한다.   이런 눈앞의 분명한 위협으로도 미국을 굴복시키지 못하는데, 미사일 위협으로 미국의 양보를 얻을 수 있을까.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선결 조건으로 걸고 수 개월간 바이든 행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해 온 북한은 이제 미국이 자신들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을 깨달아야 한다.   또 하나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쏠린 세계의 이목이다. 러시아가 실제 침공하거나, 중국이 대만에 대한 행동(전면적 침공은 아니더라도)에 나서 러시아와 함께 미국에 맞선다면 워싱턴이든 모스크바든 한반도에 관심을 두진 못할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비효율적 경제 체제와 흉작, 제재, 특히 코로나 국경 봉쇄로 내내 전전긍긍했지만,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는 결국 경제 통제 강화로의 회귀였다. 수렁에서 벗어날 근본적인 경제 개혁과 무역 재개는 외면했다. 경제 개혁은 정치적으로 불쾌한 주제이고, 무역은 코로나 확산의 두려움을 키운다. 절대적인 이념적 충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경제 개혁을 얘기할 간부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왜 미사일을 쏘아대는 걸까.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불안정해지는 조선 반도’ 상황으로 국가 방위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유가 아닐 것이다. 한반도 상황은 1년 전보다 악화하지 않았고, 북한이 정말 상황을 염려했다면 무기 실험 외에 한국 정부가 제안한 종전 선언을 놓고 대가를 협상하고, 국제사회에 북·중 동맹을 부각하며 고위급 회담 등을 추진했어야 했다.     하지만 북한은 하지 않았다. 물론 무기 실험으로 얻는 군사적 이익도,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 북한이 잊히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한 득도 있긴 하다.   불확실성 속에서 미사일 실험은 안전한 선택지다. 간부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미사일 실험 안을 내면 비판받을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안다.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뒤인 지난 10일 유엔 안보리에서 5개국 성명이 나왔는데, 북한엔 누가 서명하지 않았는지가 중요했다. 브라질과 인도는 물론, 친서방국인 케냐·노르웨이도 동참하지 않았다.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는 대북 추가 제재 동의는커녕, 북한을 비난하는 서명도 못 받아냈다.     북한은 이로써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강화할 의지가 없음을, 중국의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맘껏 무기 실험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문제를 해결할 정책은 피하고, 안전하지만 비효율적인 정책을 택하는 것. 지난 19일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도 이어진 패턴이다. 김일성 탄생 110주년 및 김정일 탄생 80주년 기념행사 같은 주제에 집중한 듯하다. ‘잠정 중지한 활동들의 재가동 검토’ 위협도 같은 맥락이다. 2020년 1월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슷한 발언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실제 핵실험, ICBM 발사는 완전히 다른 문제로 북한이 이른 시기, 특히 베이징 겨울올림픽까진 선을 넘을 것 같진 않다)   심각한 경제·외교적 문제에 직면한 북한은 엔진과 조종장치가 고장 난 비행기 상태로 2022년을 맞았다. 재난 영화의 흔한 장면인데, 이런 영화에서 해피 엔딩은 드물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시론 북한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우크라이나 국경 미사일 위협

20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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